안녕하신지요? 

정말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게 됩니다. 작년 12월 초에 사역편지를 보내고 9개월만에 보내는 소식이네요. 작년까지 보통 3-4달에 한 번 정도 사역소식을 전해 드렸던 것에 비하면 너무 오랜만에 드리는 소식이라 송구한 마음입니다. 한 두가지 변명을 드리자면 안식년이라고 해도 일상의 특별한 변화가 있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로 해외로 다녀오는 것에도 어려움이 있기도 하고, 자녀들이 대학을 다니고 공익근무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특별한 변화가 없었습니다. 또 하나는 안식년을 보내면서 의도적으로 익숙하던 관계로부터 단절하는 연습을 하려고 했습니다. 지난 25년을 죠이에서 사역하고 그 안에 관련된 분들과 관계를 맺어오면서 지냈는데 작년 대표 임기를 마치면서는 새로운 전환을 위해서 익숙하던 것에서부터 '거리두기'를 해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물론 이 '거리두기'는 의도적으로 1년간만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역 소식을 너무 오랜만에 보내드리게 된 변명을 너무 장황하게 했습니다. ^^

 

새로운 관계들

제가 익숙하던 공간과 관계에서 '거리두기'를 했다고 해서 '고립'되어 있었다고 우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내성적인 성향이기는 합니다만 '관계'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인지라 사실 올 초부터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오려고 노력했습니다. 

 

1. 억공성(억목사와 함께 하는 공동체적 성경읽기) 모임

새로운 신앙 공동체를 만들어보기 위해서 온라인으로 성경 통독을 함께 하는 분들을 모집했고 20여명 정도가 참여하시면서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주중에서는 정해진 분량의 성경 통독을 하고 주말에는 토요반과 주일반을 나누어 줌으로 정기모임을 했습니다. 전국의 다양한 도시에서 참여하셨을 뿐 아니라 캐나다와 프랑스, 콩고, 우간다에 계신 분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매우 흥미로운 모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5개월 만에 성경 1독으로 마쳤고 지금은 두 번째 통독을 진행중이며 인원도 조금씩 늘어 30여명의 참여자들이 함께 성경을 통독하며 교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이지만 지난 8개월 넘는 시간을 함께 교제하며 관계가 깊어져가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주중 학복협(학원복음화협의회) 사무실에서의 시간

대표 임기를 마치고 교회에서도 사임하면서 주중에 제가 있어야 할 '공간'이 없어서 고민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하게도 죠이 대표 기간 중 연합사역을 했던 '학복협' 상임대표님께서 사무실에 빈 책상이 하나 있다고 혹 개인 공간이 필요하면 와서 편하게 사용하도록 배려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저는 지난 2월부터 평일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복협' 사무실로 출근(?)해서 개인적으로 성경도 읽고 공부하고, 책도 읽고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중간 중간 학복협 간사님들과 커피도 마시고 식사도 같이 하면서 다양한 정보도 듣고 교제했고 북 스터디에 참여하기도 했고 축구 모임에도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에 부상으로 좀 고생하긴 했습니다만) 감사하게도 하나님께서 좋은 공간도 교제권도 허락해 주셨습니다. 

 

3. 대학 동기들과의 여행

30년 넘게 친구로 지내왔던 대학 동기들과 얼마전 전라남도 여행을 2박3일로 다녀왔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로 이런 멤버 구성으로 여행을 다녀온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래는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지만 제주도가 거리두기 4단계 격상되면서 불가피하게 4명이 움직일 수 있는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주로 사람없는 곳을 차로 이동하면서 자연경관을 누리고 왔는데 오고가는 차 안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나누는 시간이 대학시절로 들어간 느낌이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매우 안정된 상태이면서 뭔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지 아니면 이 안정된 삶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해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서로를 위해 격려하고 축복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잊지 못할 여행으로 남을 것입니다. 

 

동기들과의 남도여행. 2021

 

새로운 시도들

지난 사역소식에 잠시 언급했던 것처럼 올 초부터는 '목회'를 준비하기 위한 공부를 좀 했습니다. 목회를 책으로 배울수야 없겠지만 그 동안의 사역 경험을 잘 정리할 필요는 있겠다는 생각에 '하나복 네트워크'에서 제공하는 교재와 동영상 강의, 세미나를 참석하면서 목회에 대한 그림을 조금씩 그려가게 되었습니다. 선교단체에서 했던 사역의 경험과 유사한 원리와 방법도 많지만 지역 교회 고유의 독특성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고 '목회'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인식도 새롭게 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 중에서 새롭게 시도한 것은 '1대1 개인 양육'이었습니다. 교재와 동영상 강의로는 충분히 이해하고 익혔으나 실제적인 경험이 없이는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기에 실습할 대상이 필요했습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가장 기본이 되는 내용에 대해서는 둘째와 하게 되었고(하기로 해준 둘째에게 감사를) 기본적인 신앙훈련에 대해서는 아내와 12주에 걸쳐서 하기로 했습니다. 둘째와는 4주에 걸쳐서 진행하면서 나름 좋은 성과가 있었습니다. 저도 그렇지만 둘째에게도 자신의 신앙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아내와의 1대1 양육훈련은 매번 할 때마다 약간의 긴장이 좀 있지만 오히려 이런 교제를 통한 나눔이 아니었다면 서로 이야기하지 않았을 내용들까지 나눌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남아있는 과정이 좀 더 있지만 더욱 기대가 되는 시간이고 목회에 대한 생각들을 아내와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입니다. 최근에는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신혼부부의 요청으로 추가적으로 신혼부부와 함께 온라인으로 개인양육 훈련을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부는 사정상 결혼하고 서로 다른 지역(국가)에 거주하고 있는 상황이라 같은 교재로 양육하면서 상호간에 신앙적 나눔과 성장에 더욱 도움이 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연초에는 생각지 못한 기회가 생겼습니다. 아가페 출판사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절기별 설교와 교회의 각 부서 헌신예배 설교문 작성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저 외에도 청년을 대상으로, 장년을 대상으로 원고를 작성한 분들이 계신데 이렇게 세 명이 공저로 한 <절기설교 100>란 제목의 책이 지난 8월 출간하게 된 것입니다. 덕분에 3-4월에는 절기와 상황에 맞는 헌신예배 설교문 36편을 작성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작년 안식년 기간 중 가벼운 바램으로 '책'을 쓰면 어떨까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제 이름으로된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교회 사역을 이제 막 시작하신 분들이나 새로운 안목의 절기설교를 찾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대표 이후이 사역을 위하여

지난 사역편지를 통해서도 말씀드렸듯이 저와 아내는 목회를 기대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이 주시는 기회를 따라 목회지를 찾아보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 가정을 어느 교회로 인도하실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묻는 질문은 분명한듯 합니다. '네 인생의 주인은 누구지?'라고 말입니다. 30년 전 '제 인생의 주인은 주님이십니다.'라고 고백했듯이 지금 저의 고백은 '저와 저희 가정의 주인은 주님이십니다.'라는 고백을 올려드립니다. 

지금 제 바람은 '지역 교회 목회'이지만 어쩌면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목회가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가장 적절한 사역의 자리로 인도하시리라 믿습니다. 요즘 일주일에 한 번씩 아내와 1대1 제자훈련을 하면서 '목회'에 대해서 나눌 때가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아내와 많이 나누어 보지 못했던 주제였는데 여러가지 측면들을 함께 나누면서 생각을 조율하고 확장하는 시간이 됩니다. 지금은 앞에 보이는 것이 없어서 희미합니다. 그래서 막연하고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무엇이든 손에 잡히는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 때문입니다. 그래서 여전이 저의 인생에 믿음이 필요하고 믿음으로 살아가야 함을 배우게 됩니다. 다음에 소식을 전할 때는 좀 더 구체적인 내용들이 있기를 바랍니다. 

 

공기가 선선한 가을입니다. 집을 나와 집 밖의 세상을 걷기에는 좋은 계절입니다.  저도 안전한 울타리를 나와 밖의 공기를 맡으며 이곳 저곳을 걸어가보고 있습니다.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주 안에서 늘 평안하시고 강건하세요.

 

김수억 간사 드림. 

 

<기도제목>

1. 저와 저희 가정의 다음 스텝을 위해서(저희 가정에 잘 맞는 목회의 길을 열어주시도록)

2. 아내의 건강이 잘 유지되고 회복될 수 있도록

3. 두 아이가 모두 신앙이 성장하고 믿음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잘 준비해 갈 수 있도록(현빈이 공익근무중, 세빈이 대학교 1학년)

4. 양가 부모님들의 건강함과 처가 식구들이 교회에 나갈 수 있도록

우연인듯 필연적 만남(연출 이미지).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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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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