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사역 소식을 전합니다. 


이번 편지는 쓰고 지우기를 몇 번 반복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기도편지는 대부분 책상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단숨에 써내려갔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 편지는 3번째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저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순간순간 변해가는 제 마음을 따라잡기 힘들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습니다. 암튼 이번 글로 이 작업이 마감되길 바랍니다.



1. 이별하기 

최근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이별하기’입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모든 일과 만남에는 이별이 있다는 것이 너무 당연한데 막상 그 이별 이 현실로 다가오면 전혀 생각치도 못했다는 듯이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곤 합니다. 물론 대표라는 직책을 내려놓는다고 해서 죠이를 사임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주어’의 한 부분이었던 긴 문장의 끝을 맺는 ‘점’과 같은 것이 이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이 마침표는 새로운 문장을 이어가기 위한 ‘잠시 멈춤’이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별’이라는 상념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머물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헤어짐이 비슷한 시기에 중첩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은 제가 15년 동안 협동목사로 섬기는 교회에서의 ‘사임’도 지난 11월에 함께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아이가 유초등부와 중고등부를 거쳐 청년부의 멤버가 되었고, 아내는 반복되는 항암 치료로 힘들어했던 지난 10년간 근접해서 위로와 힘이 되어 주셨던 성도님들과 관계가 깊었고, 저는 사역자라는 느낌보다는 성도 중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섬겼던 교회였기에, 때가 되어 교회를 떠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때를 직면하는 순간은 복잡한 감정들이 꿈틀 거리는 것을 느낍니다. 


제가 이별을 생각하는 것은 그 감정에 머물러 있기를 원해서는 아닙니다. 그 감정과 상념을 잘 정리해서 떠나보내기 위함입니다. 이별은 잘 달래고 이해시켜서 정리하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에게 뿐 아니라 저 자신에게도 근거없는 상처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별하기’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2. 잠시 멈춤

저는 올 12월까지 대표의 직무를 하고 내년 한 해 동안(2021년 1월-12월) 안식의 시간을 가지게 됩니다. 이사회에서는 죠이의 규정에 따라 대표를 마친 간사에게 안식의 시간과 더불어 다음 진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공식적인 이취임식은 2021년 2월 20일입니다) 대표의 직책을 마치고 그 직분을 내려놓는 것은 너무 감사한데 죠이에서 직분과 책임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에 ‘아무 것도 안 해도 되는 간사’의 생활을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늘 ‘중력’의 힘 가운데 살다가 ‘무중력’의 공간에서 살아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당분간은 중력의 힘이 그리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무중력의 환경 속에서만 해볼 수 있는 새로운 기회와 시도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저의 뇌는 이미 그 시간을 상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상상들은 아니지만 전에는 집중해서 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수시로 떠오르곤 합니다. 예를 들면, 글을 쓰는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는 ‘책’을 써보는 것입니다. 몇 차례 쓰다가 말기를 반복했던 주제에 대한 글을 집중해서 써보고 싶은 것입니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말이지요. 상상이니까요^^ 또 하나는 제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억목사 맞춤TV)의 컨텐츠를 좀 더 다양화해 보는 것입니다. 성경에 대한 이해를 높여줄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어서 그 동안 제가 훈련하며 정리했던 내용들을 성도들의 필요에 맞게 가공해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실시간 방송’도 해보려고 합니다. 세번째로는 지역교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제가 선교 단체에서만 25년을 사역했기 때문에 지역 교회(목회)에 대한 경험은 부족합니다. 그래서 건강한 교회를 이루고 도시 선교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세미나와 관련된 책들을 통해 교회를 배우고자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모델이 될 만한 교회들을 찾아 방문하고 교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뭐,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3. 네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막 10:51) 

얼마 전 마가복음을 통독하던 중 이 말씀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나에게 이 질문을 하신다면 나는 무엇이라고 대답할 것인가? 소경이었던 성경 속 인물은 ‘선생님이여 보기를 원하나이다’ 고백했는데 지금 나는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잠시 고민하던 중 저는 이런 답변을 드리게 됩니다. 


  1) 주님 저는 남은 하반기의 인생을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사람을 양육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날 저는 단체의 필요에 따라 행정과 대표의 직무를 했지만 그 사역을 평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제가 평생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그 말씀에 따라 성도들을 양육하고 돌아보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런 사역이라면 평생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기회를 열어주시기를 원합니다. 


  2) 주님 저는 제가 즐기며 행복하게 사역하기를 원합니다. 그 동안 쌓아온 제 역량의 70%만 사용해도 도움이 될 만한 사역(공동체)을 감당하길 원합니다.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그 이상의 사역(공동체)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저의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야만 유지할 수 있는 사역을 원하지 않습니다. 저의 역량에 70%만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저도 기쁘고 즐거우며 제가 행복함으로 섬기는 사역(공동체)도 잘되고 행복하길 원합니다. 저는 제가 소진되고 탈진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저도 사랑하며 사역하고 또한 사랑받으며 사역하길 원합니다. 만약 제 능력 이상의 사역(공동체)를 맡기시려거든 반드시 그 일을 감당할 만한 특별한 능력을 더하여 주셔야 합니다. 


  3) 주님 저는 도시 선교를 하기 원합니다. 그것은 제게 익숙한 것이고 효과적인 사역입니다.(하나님께서 지난 30년간 저로 하여금 그 일에 적합하도록 훈련시키셨습니다.) 그것이 대학생 선교일 수도 있고 직장인 선교일 수도 있고 도시 목회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목회 방법(예를 들면, 온라인 교회와 같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길이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의 부름을 받게 하시든지, 스스로 그 길을 개척하여 나아갈 수 있든지 길을 열어주시길 원합니다.  


이런 저런 생각들과 기도를 하면서 2020년의 연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2021년을 기대하면서 저희 바람과 기도의 제목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읽고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도제목>


  1. 제게 주어진 안식년(2021년)이 지난 과거의 안정된 삶에서 이별하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기 위한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시간이 될 수 있도록(광야의 시간이 성장의 시간이 되도록)


  1. 아내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두 아이가 믿음 안에서 자신의 진로를 잘 찾아가고 준비함으로 스스로의 삶을 개척해 갈 수 있도록


  1. 새로운 출발을 위한 구체적인 필요들이 채워지도록

  1) 1주일에 3-4차례 사용할 수 있는 사무 공간(책상과 자리 정도만이라도)이 있으면 합니다. 집에서는 일을 할 수 없는 환경이고 체질이라 조그마한 공간(자리)라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근처 공유 오피스도 생각하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라 고민이 됩니다. 이런 공간을 나눌 수 있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믿음으로 구해 봅니다.


  2) 사역을 위한 온라인 컨텐츠를 함께 만들고 아이디어를 나누고 기획하여 함께 시도해 볼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입니다. 제가 잘 모르는 영역이라 많이 배우고 장차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원합니다. 


  3) 재정 후원이 필요합니다. 제가 저 개인의 재정 필요를 알리는 건 6년 만입니다. 대표직을 수행하기 전(2014년) 대표업무에 전념하기 위해 교회 사역을 내려놓았을 때 그 수입만큼의 재정을 모금하기 위해 요청했던 적이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대표직에 전념할 수 있을 만큼의 후원이 모금되어 지난 6년간 사역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올 해 대표직을 마무리하고 교회의 협동사역도 정리하면서 교회의 후원과 대표직 수행 중 후원을 약속했던 분들의 후원이 정리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저는 다시 추가적인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양한 교회를 살펴보고 배우기 위해서는 한 교회를 정해 협동이나 파트로 사역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듯합니다. 안식의 시간을 통해서 잘 준비되기 위한 추가적인 후원이 잘 이루어지길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후원계좌: 우리은행 061-079576-01-201 죠이선교회, 문의: 02-929-3652)


* 후원 신청하러 가기 http://www.joymission.org/2020_support (클릭하신 후 스크롤 내리시면 필요한 정보를 작성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작성 후 제출 버튼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을 읽어주신 것, 그리고 저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고 공감해 주시는 것만으로 큰 힘과 격려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주 안에서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어떻게 실행하고 있는지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2020년 12월 3일

죠이선교회 대표(마지막으로 써 봅니다) 

김수억 간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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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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