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난이 스펙이 되고, 목사가 스펙이 된다는 글에 대한 설명을 드리려 합니다. 이 설명은 한 두차례 올린 기도의 응답에 대한 해답도 되고요.


결과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 집 큰 아들의 고등학교 입학과 관련된 것입니다. 


저희 큰 아들은 부모의 기대와 달리 중학교에 들어와서 공부를 잘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는 일찌감치 큰 아들의 특별함을 접었지요. 그래서 사실 꼭 대학을 보내야겠다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서는 내려 놓았구요. 대학을 가려고 한다면 어디든 갈 수는 있지만 말입니다.


중3이 되고, 고등학교를 정해야 하는 시즌이 다가오면서 큰 아이가 경기도에 있는 기독교 학교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것보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인데, 신앙 있는 친구들과 함께 지내다보면 스스로의 신앙이 성장하지 않을까 해서요. 제가 캠퍼스 사역을 할 때 그 학교 출신들을 몇 명 보았는데, 자아상도 건강하고 신앙도 좋은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학교는 실력이 상당히 있어야 입학이 가능한 학교였기 때문에 막연한 바람에 불과했습니다. 


그 학교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던 중 일반전형이 아닌, 사회균형발전 전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성적보다는 저소득층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는 전형이었습니다. 웃으며 아내에게 우리 아이가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이 방법밖에 없겠다는 이야기를 농담처럼 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한 자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멀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던 중 아내가 큰 아이 담임 선생님과 상담하던 중 그냥 흘려가는 말로 아내가 선생님께 그 학교에 사회균형발전을 위한 전형이라는 것이 있어서 함 생각해 봤다고 했더니, 선생님께서는 그제서야 그런 전형이 있다는 것을 아셨는지... 그 앞에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더니 제 아내에게 '현빈이 어머님, 현빈이 이거 한번 해봐요!' 하면서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 오라고 하셨고, 선생님은 학교 측에서 필요한 자료들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아내는 얼떨결에 떠밀리듯이 서류를 준비해서 학교에 냈고, 학교에서는 급히 서류를 만들어 주어 경기도에 있는 자사고에 서류를 넣었습니다. 서류 마감 1주를 남겨놓고 일어난 일입니다. 


서류는 접수해 놓고도 실은 큰 기대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되면 좋지만, 실력면에서는 도저히 입학할 수 없는 학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저희 아이가 넣은 전형은 저소득자녀들만이 지원하는 거라 좀 차등은 있겠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죠. 원서지원 마감일이 지나고 저희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일반전형, 그 지역 학생 전형 모두 지원자들이 모집인원에 비해 월등히 많았는데, 저희 큰 아이가 지원한 전형은 모집인원보다 3명 적은 미달인 것이었습니다.(작년에는 같은 전형도 미달이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래서 그랬는지 1차 서류 전형에 통과하고, 2차 면접도 무사히 통과하였습니다.(큰 아이가 지원한 전형은 다른 전형 지원자들과 경쟁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경쟁없이 되었다고 봐야 될 것입니다.) 그렇게 저희 큰 아이가 막연하게 바랬던 그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 것입니다. 참, 저희들에게는 기가막힌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 아이에게 말했죠... 아버지가 잘 살지 않아서 네가 그 학교에 입학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요. 가난이 스펙이 된다는 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큰 문제가 남아 있었습니다. 그것은 학교가 저희 집에서 매우 멀기 때문에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편도로 거의 1시간 40분의 시간이 드는데, 고등학생이 그렇게 다닌다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지요. 기숙사가 안되면 학교 근처에 자취방을 얻어야 한다고 하는데, 아이 혼자 자취를 시킬수도 없는 노릇이구요. 기숙사가 안되면 오히려 입학하지 아니한만 못한 경우가 생길수도 있는 것이지요. 


지난 12월 7일, 큰 아이가 기숙사 지원자 면접을 보러갔습니다. 그날은 저도 시간이 되어 함께 갔습니다. 신입생 중 100명을 뽑는데 약 150명 정도가 지원한듯 합니다. 정원이 600명이 넘는데, 그 지역 지원자들은 기숙사 지원이 안되고 비기독교인은 또한 기숙사 지원이 안되기 때문에 그나마 지원이 그 정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저희 큰 아이가 다닌 중학교에서 큰 아이 빼고 2명이 그 학교에 합격(이 친구들은 일반전형으로.. 공부를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죠..)했는데 그 중에 한 아이의 부모님은 저희 큰 아이를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아버지가 목사라서 말입니다. 학교 기숙사에 목사 자녀들은 수월하게 입사할 수 있다는 소문이 항간에 돌기때문에, 공부 잘하는 큰 아이 친구의 어머님이 저희 큰 아이를 부러워했다는 것입니다. 


목사가 스펙이 될 수 있다는 말은 여기에서 나온 말입니다. 실제로 그런 기준이 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성적과 형편을 고려해서 뽑는다고 하니까요... 암튼 지난 수요일 저희 큰 아이는 기숙사 지원에도 합격했다는 발표가 났습니다. 


이렇게 됨으로 해서 11월초부터 있었던 큰 아이의 고등학교 입시과정이 마무리가 된 것입니다. 오늘 아내랑 함께 운동하며 이야기를 했습니다. 큰 아이가 그 학교에 들어가게 된것은 지금 생각해 봐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입니다. 무엇하나 우리가 적극적으로 구하고 찾아서 된 것이라고는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지금 우리의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셔서 일을 이루셨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려야 할 것이 있습니다. 큰 아이가 그 고등학교를 입학 허가를 받고 나서 입학금 관련 안내를 받았습니다. 수업료와 학교발전기금 그리고 교과성 구입비 일부해서 110만원가량의 입학금을 내년 초까지 입금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중학교때까지는 의무교육에 급식비도 들지 않아아 기본적인 교육을 위한 비용이 거의들지 않았다가 갑자기 고등학교 수업료 통지를 받으니 매우 당황스럽더군요. 이런 금액을 3개월마다 한번씩 낸다고 하면 1년이면 440만원, 게다가 기숙사와 하루 세끼의 급식비를 합하면 1년이면 근 9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갑자기 대학교 등록금 1년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고등학교 였다면 훨씬 덜 들었겠지만, 자사고인데다가 기숙사비까지 포함되니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더군요.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바로 이 때, 6년전부터 큰 교회의 복재재단에서 매년 해외선교단체 선교사와 캠퍼스 선교단체 간사들을 위해서 병원비와 장학금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저희 죠이선교회에서도 매년 병으로 힘들어 하는 간사님 가정과 자녀들 학자금 지원이 필요한 간사에게 한 명씩 선정이 되어 해당되시는 분들이 혜택을 받았습니다. 병원비 지원이야 그 때 그 때 아픈 분들에게 전해지지만, 장학금 지원은 자녀들이 큰 순서대로 지원을 받아왔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그 순서가 저희 큰 아이에게 오게 된 것입니다. 그렇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그 복지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지급받은 것이 바로 지난 수요일이었습니다.(큰 아이가 기숙사에 합격발표가 난 날이지요) 게다가 이번 장학금은 다른 때 장학금보다 액수가 컸습니다. 큰 아이가 1/4분기 입학금을 내고, 첫 기숙사비와 식비를 낼 수 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여러가지 일들이 아구가 서로 맞아 들어가는 그 현장을 경험하는 것만큼 가슴 벅찬 은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저와 제 아내는 그 은혜 가운데 있는 것이지요.  


이것이 지난 한 달간 저희 가정에 있었던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혹 기도제목과 스펙이야기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고, 나중에 저희 큰 아이가 그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이 공부를 잘해서 입학한 것으로 오해(?)하실까봐 미리 말씀드립니다. 더불어 저희 가정 가운데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도 나누고 싶어서 이기도 하구요.


그러나 마음이 마냥 기쁜 것만은 아닙니다. 기도부탁을 드립니다. 


1. 큰 아이가 입학하면 십중팔구는 600여명의 학생들 중에서 성적을 깔아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큰 아이가 내면이 강한 아이가 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큰 기대보다는 조금씩 조금씩 성적을 향상해 가면서 내면이 강해지는 아들이 되도록 기도해주세요.


2. 기숙사에서 신앙의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자기 자신의 신앙을 가지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이 학교를 보내고 싶었던 가장 큰 마음은 바로 이것입니다. 건강한 신앙, 자기 자신의 신앙, 성장하는 신앙의 기회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3. 큰 아이가 아직 어린데, 가정을 떠나 기숙사에서 생활한다고 생각하니 사실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너무 어린데 가족과 떨어져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염려도 됩니다. 좀 이른감이 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서 독립적인 생각와 힘을 기르도록 기도해 주세요.


4. 재정 문제는 한편으로 걱정도 되지만, 사실 제일 걱정되지 않는 부분중에 하나입니다. 지금까지 필요한 순간에 적절한 채움을 입고 왔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저희가 늘 그 믿음과 신앙에서 흔들리지 않고 견고히 서가는 부모가 되도록 기도해 주세요.


긴, 글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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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mill

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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