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


오늘은 2012년의 마지막 날인 12월 31일입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조용히 책상에 앉아 이번주 목요일부터 시작되는 경인,서울대 지부 수양회 오전 성경강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시 멈추어 쉬면서 잠시 지난 한 해를 뒤돌아 봅니다. 


그리고 지난 한 해, 아니 십 수 년전부터 함께 하신 분들과 나누고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에 자판을 두드려 봅니다. 몇 일전 다녀온 가족 여행의 사진을 추려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아래 사진은 12/26-28 동안 제주도 가족여행 때 찍은 사진입니다. 아들(중2), 딸(초6) )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생각하다.


올 한 해는 하나님의 인도하심 혹은 섭리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봤던 시간입니다. 멀리서는 저를 사역자로 부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부터 시작해서, 최근 아내의 병과 저의 휴직 그리고 다시 복직의 과정을 생각하면서 하나님의 섭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와 종종 저녁에 근처 공원을 운동하면서 나눈 이야기 중 많은 부분은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섭리가 놀랍다>는 것입니다. 

한 사건 한 사건이 모두 다른 역학관계 속에서 진행된 것인데, 이 모든 것이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최근 저희 가정의 상황 속에서 부인할 수 없을 만큼 발견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올 해는 설교를 할 때도 하나님의 섭리의 입장에 대해서 많이 다루고 설교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비견한 예로, 제가 올해 죠이로 복직하면서 맡은 일은 제자훈련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일이었습니다. 일년 동안 월요반 저녁과 화요반 오전에 로마서와 일대일제자양육 과정을 지속적으로 강의했습니다. 사실 처음에 제가 다시 일하고자 했던 부서가 아니라, 아쉬움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감사한 것은 그 안에서 학원사역부가 아닌(출신이 아닌) 다른 분들이 죠이를 사랑하고 헌신적으로 섬기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제게는 참으로 귀한 발견이었습니다.  한 영역에서 밖에는 볼 수 없었던 저의 시야가 넓게 펼쳐지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수년 씩 보상도 없이, 금식해가며 그룹원들을 섬기는 제자훈련학교 리더분과 간사님을 보고 있노라면 고개가 절로 수겨지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동안 이와 같은 분들의 수고와 헌신을 통해서 죠이 사역의 한 부분이 잘 유지되고 성장할 수 있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발견하게 됩니다. 





약한 자에 대한 입장을 생각하다.


제가 말씀드리고자 하는 약한 자라는 것은 물질적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질적이라기 보다는 정서적인 약자라고 보는 것이 더 맞을 것입니다. 


저는 지난 15년간을 죠이에서 사역해 왔습니다. 캠퍼스 사역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표간사 그리고 학원사역부 총무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보면 죠이 안에서도 중심적인 위치에 있으면서 맡겨진 일들을 잘 감당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융통성이 있다고 생각하면서 말입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저의 융통성이라는 것이, 저의 원칙이라는 것이 약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거칠고 모진 것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는 그것을 몰랐습니다. 물론 제가 그 때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금이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제가 반성하게 되는 것은 누군가에게는 모질고 거친 일들을 하면서도 제가 충분히 배려할 만큼은 다 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심에 있는 자에게는 당연하고 마땅한 것들이 약한 자들에게는 너무나 어렵고 그래서 때로운 부당한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올 해, 제가 휴직했다가 다시 복직하면서 또한 제가 누리고 있었던 어떤 기득권으로부터 모두 소외되면서 저는 약한 자의 입장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제자훈련학교에서는 맡겨진 강의만 하는 강사 요원으로, 교회에서는 다시 주말에만 사역하는 협동목사로 말입니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것이 나에게 최상이었다고(그와 같은 상황 속에서 저는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성경공부 준비를 할 수 있었고, 이것은 분명 제 평생에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고백할 수 밖에 없지만, 덕분에 저는 전에 한 번도 서보지 않았던 자리에 설 수 있게 되면서 전혀 다르게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것입니다. 놀라운 일이지요. 



죠이의 가치, 사명, 비전을 생각하다.


내년부터는 제자훈련학교에서 사역연구소 디렉터로서의 중책을 맡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죠이의 브레인 역할을 통해서 중장기적인 전략을 세워야 하는 역할입니다. 저는 저 자신을 압니다. 제가 사람을 데리고 가르치거나 어떤 사역을 하는 일에는 소질이 없지 않지만, 어떤 미래를 내다보면서 장기적인 계획과 전략을 세우는 일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죠이에서 그와 같은 포지션을 제안하셨고, 저는 수락했습니다. 


제 안에 하나님께서 어떤 일을 맡기실 때 그 일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더불어 주신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와 같은 믿음은 사역을 시작하면서 확신했던 것인데 지금까지 그와 같은 믿음이 부끄럽지 않은 것이었음을 경험하게 해 주셨습니다. 이 또한 그와 같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덕분에 저는 죠이 선교회의 정체성에 대해서 좀 더 진지하게 심도있게 그리고 책임감을 가지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사역 연구소>의 중요한 임무 중에 하나는 죠이의 가치, 사명, 비전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실천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있습니다. 리더십 사이에서 가치와 사명 그리고 비전에 대해서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 처음부터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합니다. 


제가 저의 역할을 다해서, 죠이의 장래가 더 밝고 건강할 수 있도록 또한 죠이를 통해서 많은 건강한 그리스도인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족을 생각하다. 


올 해는 유독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자훈련학교에 있다보니 엠티와 수련회와 같은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또한 강의가 없는 날이 아니면 너무 늦지 않게 집에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두 아이와 집에서 함께 있는 시간이 좀 많았습니다. 두 아이도 학원을 다니는 편이 아니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았구요.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이 엄마와 부딪히는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큰 아들과 아내가 종종 긴장이 많았는데 제가 집에 있으면서 중재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갈등이 생길 때 그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이 필요한 순간이 된 것입니다.(이전까지는 엄마가 늘 이겼으나, 아이들이 커가면서 엄마와 대등한 논리로 맞서게 되었지요) 


이전처럼 여러가지 일로 저녁마다 늦게 오고, 엠티와 수양회로 집을 자주 비운다면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이들은 얼마나 답답하고 혼란스러웠을까? 아이들에게 중요한 순간에 아내에게 필요한 순간에 제가 집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참 감사했습니다. 물론 여전히 사춘기 아이들을 잘 키운다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얼마전 아내가 한 말이 기억납니다. 자신은 지금이 가장 인생에 있어서 피크라고 생각한다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사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구요.

얼마전 딸 아이가 말합니다. 자기 친구들 중에서 자기처럼 아빠랑 친한 사람은 많지 않다고... 이 역시 감사한 고백이지요. 아내와 아이들에게 잘하진 못하지만 필요한 순간에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으로 인해 감사할 뿐입니다. 


한 해를 뒤돌아보니 너무 긴 글이 되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받은 은혜를 갚으면서 살까 고민합니다. 다 갚을 수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가 갚을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분별하여 필요한 사람들에게 잘 가르치고 훈련시키는 일일 것입니다. 아직도 부족하긴 하지만 점점 내용을 갖추어 가고 있습니다. 언제든지 필요하시면 불러주시고, 저는 그것으로 제가 진 빚을 갚아 가겠습니다.(시간만 된다면 찾아가도록 하겠습니다.^^)


2013년 한 해도 주님의 은혜 아래에서 

늘 강건하시고 성숙해 가시길 축복하며


  [기도제목]

 1. 2012년 한 해도 강건하게 지켜 주심에 감사. 2013년에도 가족 모두 강건하도록

 2. 새로 맡게된 죠이 사역연구소 디렉터의 역할을 잘 감당하고 성과가 있도록

 3. 8년째 섬기고 있는 중동교회에서 청년부와 유치부 사역을 잘 감당하여 성과가 있도록

 4. 2월 중순에 이사가려고(아이들 때문에 평수를 늘려서) 집을 내놓았는데, 계획대로 집이 잘 나갈수 있도록

 5. 자녀들이 밝고 강건하게 자라고, 공부하는 이유와 재미를 알아서 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2012년 12월 31일 

사랑에 빚진 자 김수억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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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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