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리의 위대한 여행을 읽고
이 책은 읽기에 수월한 책이다. 작고 얇은 책인데다가 그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앉아서 혹은 서서라도 10분이면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내려가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고 난 이후 오래도록 그 이야기가 머리 속에서 맴도는 것은 그 이야기가 주고 있는 복음적인 교훈도 있겠지만, <고고리>라는 독특하면서도 친숙한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고리>는 제주 방언으로 <이삭>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란다. 이 책의 원제는 ‘Rice Story’다. ‘쌀’을 소재로 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 ‘아야꼬 오가와-벨트란' 란 분인데, 그는 캄보디아에서 사역을 했던 선교사다. 그래서 그는 서양 선교사와 달리 ‘밀'보다는 ‘쌀'에 더욱 익숙한 분이었던 것이다. 선교사가 쓴 글을 통해서 ‘쌀'이라는 친근한 소재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저자의 이런 배경 덕이다. 늘 쌀과 함께 생활해 온 우리같은 독자들에게는 상당히 흥미로운 배경이 아닐 수 없다.
<고고리>는 책 속에서 황금 면류관을 받을 것을 기대하는, 꿈이 큰 어린 모종 중 한 쌀알의 이름이다. 그는 다른 모종들 보다 더 빨리, 더 크게 자라고 싶었다. 그래서 다른 모종들이 우러러보는 위대한 쌀이 되기를 원했다. 그리고 승승장구하며 자신의 계획 이상으로 풍성해진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지내게 된다. 곧 이루어질 꿈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고 만다. 자기 안에서 어떤 변화들이 일어나면서 전에 없이 피곤하고 메말라지는 것이다. 게다가 절대로 숙이고 싶지 않은 머리는 들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무거워져서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게 될 수 밖에 없었다.(이것은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이치죠) 게다가 폭풍을 만나면서 <고고리>는 만신창이가 되어 다시는 재기가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오히려 죽는 것이 좋다고 말할 정도로 <고고리>는 자신에게 절망하여 쓰러진다. 그랬던 <고고리>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된다.
그 다음 이야기는 책을 통해서 확인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 희망을 잃어버린 자기 자신에게서 전에는 기대할 수 없었던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고, 비교 우위를 즐겼던 경쟁심은 사라지고 형제간의 연합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회가 된다. 그리고 결국 참된 위대함이 무엇인지를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로 마무리 된다.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고고리>의 이야기가 매우 친근하고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는 매일 식사 때마다 <고고리>를 만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고고리>를 통해서 새로운 활력을 얻기 때문이다. 우리가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는 성만찬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예수님을 경험하듯이, 어쩌면 우리는 매일 아침, 혹은 매일 저녁 따듯한 한 공기의 밥을 먹으면서 <고고리의 위대한 가치>를 되세기는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이 책은 평범한 매일의 식사를 새로운 예전으로 변화시켜주는 안내서와 같은 책이라 할 수도 있겠다.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그림묵상(지티엠)이란 책으로 잘 알려진 석용욱 화백의 깔끔하면서도 유쾌한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와 그림이 원래 한 저자로부터 나온 것처럼 어우러저있다. 이 책은 기독교의 진수를 담고 있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역자는 제안하지만, 난 유치부나 초등학교 저학년에게 더욱 적실한 책이 아닌가 생각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읽어주며 복음을 설명해 주기에 참 좋은 이야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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