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고의 소설가이자 극작가인 <안톤 체호프>의 단편 [공포] 를 읽는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주인공과 그의 친구 <드미트리 페트로비치> 사이의 대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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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트로비치] 말 좀 해보시오, 친구. 무시무시하거나 비밀스럽거나 환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우리는 어째서 실제의 인생으로부터가 아니라 꼭 유령이나 저승 세계에서 소재를 취하는 것일까?
[주인공] 이해할 수 없으니까 무서운 거지.
[페트로비치] 아니 그렇다면 인생은 이해가 되시오? 말해 봐요, 그래 당신은 저승 세계보다 인생을 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합니까?
....
하지만 단언컨대 그것이 현실보다 더 무섭지는 않았어요. 유령이 무서운 건 사실이지만 그러나 현실도 무섭습니다. 친구, 나는 삶을 이해하지 못할 뿐 아니라 두려워해요....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진부함이에요. 왜냐하면 우리들 중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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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대선을 마치고 생각지 못한 결과에 당황해 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 안톤 체호프의 글에서 이런 문구를 만나다니... 어제 일에 대한 답이라도 얻은 느낌이다.
현실은 두렵다. 진부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현실은 두렵다.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바뀔수 없는 현실은 무엇보다 두렵다. 유령이나 저승 세계처럼, 이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현실은 두렵다.
그래도 현실은 현실이다. 부정한다고 현실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적지 않다고 아니, 더 많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싸움이 허공과의 싸움이 아니게 된다. 거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진부함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도록, 두렵지 않도록 으빡질러서가 아니라 잘 다독여서 데리고 나와야 한다.
우리 자신의 진부함에서 나와야 하고
그리고 상대방의 진부함에 대해서 일깨워주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그 진부함을 극복하자고 격려와 용기를 주어 시도하게 해야 한다.
개인인나 국가나 진부함을 극복할 때, 비로소 역사는 진전하게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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