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받은 마지막 생일 선물] 갑자기 글쓰고 싶은 마음에 쓴 글.



제 생일은 10월이지만 음력이라 보통은 한 해가 저물 무렵이 됩니다. 년 말이 되면 보통 잘 챙기던 생일도 잊게 마련입니다. 게다가 제 생일은 결혼 이후로는 더욱 빛을 잃었는데 왜냐하면 장모님 생신하고 정확하게 음력으로 똑같은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결혼식 이후로는 장모님 생신을 주로 챙기게 되고, 저의 존재감은 좀 미비했죠 ㅋ 물론 그래도 챙겨 먹을거는 다 챙겨 먹지만 말이지요. 


 그런데 올 해는 좀 색다른 생일을 맞았습니다. 생일 전날 잡아놓은 청년 리더십 회의가 12시를 넘기면서 생일 당일 0시를 기해서 청년들로부터 생일 축하를 받았습니다 . 케익과 함께 선물도 받았지요. 가방이었습니다. 가방을 확인하는 순간 좀 울컥했습니다. 왜냐하면 얼마전 청년들과 함께 제가 가방과 관련된 이야기로 웃고 한 적이 있었는데, 청년들이 그 때의 일을 기억하며 선물해 주었다는 것때문에 말이지요. 사실 생일 몇 일전 아내가 자기가 가방 사줄테니 인터넷에서 봐둔게 있다고 하면서 고르라고 했습니다. 저희는 보통 선물을 잘하지 않고 돈이나 상품권으로 건네는데, 이 번에는 아내가 구체적인 물건을 사준다는 것입니다. 물론 가방에 대한 필요가 있었기에 하나를 골랐고, 하루 이틀 안에 가방이 왔습니다. 마음에 들었죠. 정장에 어울리는 가방이 필요했으니까요. 그런데 청년들이 가방을 선물로 준 것입니다. 어땠을까요? 저는 너무 좋았고, 사실 감동까지 했습니다. 청년들이 나를 기억하고, 그 때의 사건과 이야기를 기억하고 선물을 준비했으니까요? 게다가 그 가방은 아내가 사준 가방하고는 사이즈가 다른 가방인데, 컴펙트하게 가지고 다니기 좋은 가방이었지요. 꼭 필요한 두 종류의 가방이 생긴겁니다. 


제 작년부터 제 아이들에게는 제게 필요한 품목을 미리 알려주었습니다. 2년 전에는 드립커피 도구를 생일에 맞춰 사달라고 했지요. 저는 제일 저렴한 드립퍼를 6천원 주고 샀고, 큰 아들에게는 드립전용 주전자(3만원), 작은 딸에게는 핸드 그라인더(3만원)을 사달라고 했더니, 이 녀석들이 정말 무리해서 사주었습니다. ㅋ 그 도구들은 지금도 제 사무실 책상에서 잘 사용되고 있지요. 올 해는 지난 10년 넘게 사용하던 지갑이 오래되어 많이 닳았기에 지갑을 사달라고 했더니 둘이 돈을 모아서 3만 5천원짜리 지갑을 사주었습니다. 아내 말로는 2만원 짜리도 있었는데, 둘째가 3만 5천원짜리를 골랐다고 말하더군요. 둘째가 아끼는 스타일이긴 한데, 쓸때는 큰 손인듯 합니다. 그래서 지갑이 생겼습니다. 옛것은 바로 버리고 새것으로 옮겼지요.


또 다른 하나는 생일 선물은 아니지만, 생일 즈음에 받은 선물이니 저 스스로 생일 선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자훈련과정에서 훈련을 받으시는 분이 수료 즈음에서 옷을 선물해 주셨습니다. 가격이 비싼 옷은 아닌듯 한데, 제게 너무 잘 어울리는 옷을 주셨지요. 받는 즉시 마음에 들어 그 다음 날부터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지난 3개월간 로마서 성경공부를 가르쳐주셔서 감사하다고... 부족한 강의였지만, 도움이 되셨다고 생각하니 감사했습니다. 


오늘 아마 올 해 생일의 마지막 선물을 받았습니다. 생일 한 달전부터 같이 일하는 간사님인데, 그 간사님이 신고 있는  실내용 털신이 마음에 들어 내 생일에 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자매 간사는 여자용이라 사이즈가 없다며, 찾으면 사준다고 했지요. 그 후로 농담삼아 볼 때마다, 나는 사이즈를 찾아냐고 물어봤고 그 간사님은 못찾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한참 흘렀지요. 생일도 한참 지났습니다. 이제는 묻지도 않았지요. 가격이 비싸지는 않겠지만, 농담도 정도껏 해야하니까 ㅋ 그런데 갑자기 오늘 오후 제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맞는 사이지의 털신을 찾았다며, 제가 이쁘게 포장해서 가져오지 온 것이 아닙니까. 그 안에는 함께 선물하는 또 다른 간사님(지금은 다른 사역지로 옮기셨지만)의 얼굴이 함께 나온 생일축하 메모와 함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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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간사님은 한 분은 행정실에서 한 분은 출판부에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면서 친하게 지내왔던 간사님들입니다. 왼편에 있는 간사님은 제가 캠퍼스에서 사역할 때, 저의 학생이기도 했지요. 오랫동안 친했기 때문에 그래서 선물도 농담으로 막 사달라고 할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이렇게 정성들여 포장하고 메모까지 해서 주니, 감동이 되더군요. 저는 바로 이전에 신던 실내화는 한 편으로 벗어놓고 선물받은 새 털 실내화로 갈아탔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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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에 놓고 촬영한번 했습니다. 이쁘지요. 따듯하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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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내내 이 실내화를 신고 일하고 있습니다. 발이 늘 시려웠는데, 오늘은 발이 정말 따듯하더군요. 알래스카라도 가겠습니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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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선물 자랑을 하려고 쓴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은 그것은 참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정보로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억되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 그럴것입니다. 정보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기를 원할 것입니다. 


정말 최고의 선물은, 기억되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기억되는 것말입니다. 


* 말은 이렇게 하지만, 누가보면 초등학생처럼 선물을 많이 받아서 좋아한다고 오해하면 아니 아니 아니되오~ ㅋ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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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년은 성경 내용을 축적하는데 관심을 집중하려고 합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정리하고,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축적하여 내용도 충실하고, 전달하는 것도 효과적이고, 성도들에게 필요한 방식으로 준비한다. 티블로그는 창고면서, 공장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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