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흩어져있던 가족들이 모여서 반갑기도 하지만 괜한 긴장과 갈등이 유발되기도 하지요. 추석으로 말미암은 것은 아니지만 추석 즈음에서 있었던 일이라 잠시 나누어 봅니다.
몇 일전 아내가 잠자리에서 저에게 '꿈'이야기를 해주더라구요. 이상한 꿈(악몽)을 꿨다고... 백화점 같은 곳에서 상점 옷을 입어보기 위해서 간이 탈의실에 들어갔는데.. 그 탈의실은 좁고 길더라는 것입니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왠 남자가 우산으로 자기를 막 찌르더라는 것입니다. 듣고 있는데 기분이 이상하더군요. 그러면서 제게 묻는 말이 그 사람이 누군지 아냐고 하더군요. 저는 '그게 나야?'하고 답했죠. 직감적으로 저라는 것을 알았죠.
사실 그 몇 일전 사소한 일로 아내를 향해 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의자 위에 올라가있는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해서 의자 위에서 아내를 향해 좀 큰 소리로 말했는데, 아내의 말로는 그 때 제 입에서 '화살'이 나와서 자신에게 박히는 것 같았다고 하더군요. 적지않게 큰 상처가 되었나 봅니다. 사실 저도 그 상황을 기억하고는 있지만, 아내가 먼저 그릇된 책임추궁을 해서 순간 억울한 마음에 큰 소리를 낸 것이라 아내의 잘못도 없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몇 일 좀 어색한 시간을 보내면서 제가 몇 차례 관계를 풀어보려고 시도하면, 그 때마다 차갑게 대했기 때문에 저도 오기가 나서 먼저 풀려고 하지 않은채로 몇 일을 지내온 것입니다. 그러는 과정에서 아내가 '꿈'을 꾼것입니다. 아내가 그 꿈이야기를 할 때, 저는 제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아내가 무릎을 꿇어야 용서해 준다고 해서 바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저는 제가 그 때, 큰 소리를 낸 것에 대해서는 잘한 것은 아니지만 아내가 먼저 원인 제공을 했기 때문에 지금도 잘못이 있다면 반반의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무릎까지 꿇고 사과한 것은 아내로 하여금 심적 정서적 상처를 받게 만든 원인이 내게 있기 때문이고, 그것을 빨리 풀어주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잘못은 아닐지 모릅니다.(저는 지금도 그렇게 큰 소리는 내지는 않았다고 기억됩니다. 어쩌면 그 당시 아내의 마음 상태가 약했기 때문에 평소보도 더 크게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닌가 생각도 들도, 제가 의자 위에 있었기 때문에 그랬는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아내는 저로 인해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었기 그것을 풀어주어야 할 사람은 저였습니다. 제 생각보다 아내는 더 큰 충격을 받았고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것입니다.
가까운 사람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할 거라 생각합니다. 상대방이 의도하지 않은 상처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듯 합니다. 상대방이 문제인지 아니면 상처를 입은 우리 자신이 심약해서 인지는 여기에서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그가 상처받았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알려주지 않으면 상대방은 모릅니다. 저처럼 말이지요) 공교롭게도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준 사람은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에게 대해서 진지한 사과를 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잘못을 했다기보다는 '나의 부주의와 무심함'에 상처를 받았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을 가져야 합니다.
가족은 너무 익숙하고 친해서 모르고 지나가는게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정체를 모를 뿐 없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 안에 차곡차곡 쌓이고, 가족 구성원 중 약한 사람에게 가장 심적으로 불안정한 순간에 분노와 함께 드러나게 되곤 합니다. 그 아픔을 이해하는 누군가가, 그 상황을 옳고 그름의 장이 아니라 화해의 장으로 이끌어야 함을 깨달은 누군가가 '무릎'을 꿇어주는 마음이 없이는 '평화'란 없습니다. 가족 안에서 조차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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