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3년 중 2년은 교관으로 보냈다. 내가 맡았던 일은 신병과 예비 분대장을 교육하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군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교안을 작성하는 것이고, 강의실에서 강의하는 것이었으며 교장에 나가서 실습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주로 했다. 종종 큰 훈련에 평가 담당관으로 나가기도 했고, 윗분들이 보는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일도 했다.
그런데 이런 일들을 잘했다. 왜냐하면 이런 일들이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그 익숙함은 어디에서 왔는가! 그것은 내가 대학시절 죠이선교회 활동을 하면서 제자훈련을 받고, 리더가 되어 제자훈련을 하면서 그룹원들을 훈련하고 가르치기 위해 해왔던 과정의 연장선과 같았기 때문이다. 교안을 작성하는 것, 소수이긴 했지만 그들 앞에서 성경을 가르쳤던 것, 매주 평가지를 주고 그룹원들의 삶을 점검했던 것 등등 이런 대학시절의 시간들이 나도 모르게 군 생활 중 교관으로서의 과정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과 윗 사람들에게 인정받게 됨으로서 그 열매를 보게 된 것이다.
어제는 한 청년을 만났다. 미술을 전공하고 지금은 전국에 12-13개의 센터를 한 미술학원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입사한지 1년만에 센터장의 인정을 받고 승진하여 새로운 미술 선생님을 뽑고 가르치는 일까지 맡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 친구의 다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1년의 시간동안 그 센터가 있는 지역 어머니들에게 '매우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이었는데, 교회 유치부 교사를 10년 넘게 하면서 아이들을 대해왔던 것 또한 그 아이들의 부모님께 연락하고 상담했던 것들이 자신도 모르게 훈련이 되어 학원의 아이들과 부모들을 대했던 것이 부모들에게는 매우 인상적이고 성공적 반응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지역 어머니들 중에 상당히 괜찮은 '선생님'으로 소문이 났고, 그 소문이 센터장의 귀에 까지 들어가 센터장이 이 청년을 신뢰하고 빠른 승진과 더불어 묵직한 일들을 맡겨주었다는 것이다. 지난 10년 넘에 교회 유치부 교사로 섬기면서 청년은 자신도 모르게 지금의 일을 착실하게 준비해왔던 것이다. 이렇게 몸에 체득되도록 10년 넘게 준비한 사람을 누가 알아보지 못하고, 누가 인정해 주지 않겠는가!
우리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훈련을 한다. 어떤 일은 미래를 위해 현지를 훈련하여 이룬다. 그러나 어떤 일은 현재를 살았는데, 그것이 자신도 모르게 미래를 준비한 일이 되기도 한다. 둘 다 중요하고 보람있는 일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더 성경적인 삶에 가까운가라고 말한다면 나는 후자라고 말하겠다. 오늘을 사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목적지향적인 사람은 미래를 살기위해 오늘을 철저하게 준비한다. 그렇게 해서 되기도 하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보다 나아질 가능성은 높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과정 속에서 오늘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나 아닌 자의 모습으로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자들에게는 오늘의 나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미래지향적인 삶이 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나라는 오늘 하루의 진실함이 쌓여, 성품가 실력을 채워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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