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너희는”에서 “그런즉 우리도”까지


글: 김수억 대표


성도들로 하여금 선교를 대표할 수 있는 성경 구절을 하나 뽑으라고 하면 대다수 성도는 단연 마태복음 28장 18-20절을 뽑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말씀은 예수님이 제자들로 하여금 선교를 위해 ‘지상 명령’으로 제시한 본문으로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19절을 보면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라는 예수님의 선교적 명령에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예수님이 하나님께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18절) 받으셨다는 사실과 예수님께서 파송한 제자들과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라는 격려의 약속(20절)이 바로 그것이다. 


사실 제자로서 선교적 명령에 즉각적으로 순종하기는 쉽지 않다. 그것은 내적 능력에 대한 불완전성과 외적인 환경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나 마태복음 28장 18-20절은 이런 두려움으로 머뭇거리는 청년들에게 큰 힘을 주는 성경적 근거를 제시한다. 모든 권세와 권능을 가진 예수님이 청년들을 파송하고 있고, 청년들과 함께하신다고 하셨으니 그 약속만 믿을 수 있다면 청년들은 그 부르심에 응답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선교한국 1988 대회부터 2010 대회까지 선교한국의 주제를 단순하게 정리해 보면 한국 교회 청년들에게 선교적 과제를 제시하고 그 사명을 완수하기 위해 너희는 가라고 도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선교한국 2016 대회 주제는 “그런즉 우리도”다. 히브리서 13장 13절에서 문구를 따왔다. 전후 문맥을 보면 예수님도 백성들을 위해 수치를 당하셨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당하신 것처럼 “그런즉 우리도” 선교적 삶을 위해 예수님의 삶을 본받자는 내용이다. “그런즉 우리도”라는 구절에는 “그러므로 너희는 가라”의 배후에 있었던 예수님의 권세와 그분의 함께하심에 대한 ‘격려’는 없다. 오히려 ‘예수님이 당한 수치’, ‘예수님이 당한 고난’만 있을 뿐이다. “그런즉 우리도”라는 이번 대회의 주제는 선교하려는 청년 대학생들의 흥분을 가라앉힌다. 그리고 오히려 진지하게 묻는다. “자네, 정말 예수님의 수치와 고난의 길을 가려나?”하고 말이다. 선교한국 2016 대회의 주제 구절은 선교사로의 도전이 아니라 제자다운 삶에 대한 도전에 가깝다.


선교한국 2010 대회의 주강사, 자크 니링기에(David Zac Niringiye, 우간다 성공회 소속) 주교는 당시 대회 주제 구절인 마태복음 28장 18-20절에서 “그러므로 너희는 가라”라는 선교적 명령을 강해하면서 대회 참가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우리가 선교사로 가기(Go) 위해서는 먼저 예수께로 와야(Come) 한다고 했던 것이다. 선교사가 되기 전에 먼저 ‘제자’가 되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선교한국 2010 대회 이후 6년만에 선교한국 대회는 본격적으로 ‘제자도’와 긴밀한 주제가 되었다. 이런 흐름의 변화는 단순히 주제가 선교에서 제자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선교적 명령 안에 담겨져 있어야 할 제자도에 대한 영역이 그동안 축소되거나 간과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며, 과거 ‘동원’에만 치중함으로 ‘제자로서의 선교사’의 측면이 약화되었던 것이 결국 한국 교회 선교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음을 반성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런 선교한국 대회의 흐름은 지난날 성장 중심의 한국 교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와 교묘히 닮아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선교한국 2016 대회는 선교 동원의 한계를 극복하자는 것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선교 안에 포함되어 있는 제자로서의 삶에 맞춰져야 할 것이다. 그것은 이 시대를 향한 선교한국 대회의 메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런즉 우리도”의 메시지는 한국교회를 갱신하기 위한 외침이기도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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