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오시는 하나님


글: 김수억 


작년 10월 4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양력이 아니라 음력이라는 것이 함정이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제 생일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나마 가족들이나 기억할 뿐이죠. 결혼 이후에는 장모님과 생일이 같은 관계로 그 마져도 뒤로 밀린지 오래되었습니다.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작년 10월 4일(음력) 당일 제 생일 처음 축하해 것은 다름아닌 보험사에서 보내준 문자였습니다. 출근길에 그 문자를 받고 어김없이 제 날짜에 문자를 보내는 기업의 고객관리에 놀랐고, 그 문제가 그 날 처음받은 생일 축하라는 것에 마음이 서운해졌습니다. 아침에 딸아이가 일어나서 등교 준비하는 것을 보고 나왔지만, 딸 아이는 제가 출근할 때까지 '아빠 생일 축하해' 한마디 하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그것이 서운했습니다. 그리고 그 동안 딸아이가 제게 대해서 서운하게 했던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하면서 화가났습니다. 그리고 결심했죠. 오늘부터 딸 아이에게 잘해주지 말아야지. 간식은 커녕 꼭 필요한 이야기 아니면 하지도 말아야지. 아빠로서 최소한의 것만을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냉전은 몇 일을 갔죠.


그런데 제일 화가나는 것은 무엇인지 아십니까? 나는 딸아이의 태도에 화가나서 냉전을 하기로 결심했는데 딸 아이는 정작 내가 화가 심하게 났다는 것을 모르는것 같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내게 먼저 사과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 된 것이지요. 나는 너무 힘든데, 딸아이는 별로 힘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나는 힘든데 말이죠...


또 하나의 고민은 이것입니다. 이 관계를 해결하고 싶은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잘못을 딸 아이가 했기 때문에 딸아이가 먼저 사과만 하면 아빠인 나는 언제든지 용서해 줄 마음이 있습니다. 그런데 딸 아이는 자신의 죄를 잘 모릅니다. 그러니 사과할 필요를 못 느끼겠죠. 오히려 아빠가 왜 저러나 그러고 있겠죠. 내가 먼저 풀고 싶어도 풀수가 없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말이죠. 이 관계에서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것은 바로 아빠입니다. 



복음이란 바로 이것입니다. 모든 잘못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하나님의 마음을 서운하게 하고, 상처입힌 것은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렇게 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참다 참다 마음이 상하신 하나님이 우리와 냉전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런데 정작 고통스러운 것은 하나님 자신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조차 모릅니다. 그러니 하나님 편에서는 답답할 모릇입니다. 우리가 우리 죄를 알고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면 기꺼이 용납하고 화해하실 생각이시지만,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모릅니다. 회복이 안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모든 관계의 틀어짐 때문에 당하는 고통은 하나님이 고스란이 당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견디다 못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향해 먼저 손을 뻣으시는 것입니다. 그것이 복음입니다.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그것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이신 그 분께서 낮고 천한 피조물의 몸을 입으시고 이 땅에 오셨다는 것은 바로 하나님이 자기 백성들과 화해하기 위한 결정적인 제스쳐를 취하신 것입니다. 하나님이 뻣으신 그 손을 우리가 잡기만 한다면 관계는 회복됩니다. 하나님의 찾아오심이 바로 복음의 시작인 것입니다.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셨으니.(요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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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nm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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